서울특별시의 남서쪽에 자리한 구로구(九老區)는 한강 이남에서 산업화와 도시화의 상징이 된 지역 중 하나다. 1980년 영등포구에서 분리되어 독립적인 자치구로 출범한 구로구는, 현재는 구로디지털단지를 중심으로 IT와 문화가 융합된 현대적 도시로 변모했지만, 본래는 자연과 전통, 산업과 사람이 공존하던 삶터였다.
✅ 구로구 관할 행정동 및 어원
‘구로(九老)’라는 지명의 유래는 매우 흥미롭다. 가장 널리 알려진 설화는 ‘아홉 명의 노인이 오래도록 이 지역에서 장수하며 살았다’는 이야기다. 조선시대 말, 이 지역에 유난히 장수한 노인들이 많았다는 데서, 주민들이 ‘구로(九老)’라 불렀고, 이후 지명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물론 이 지명에는 단순한 수치나 인물에 대한 전설 외에도, 건강한 환경과 풍요로운 물길이 있었기에 사람의 삶이 오래 이어졌다는 공동체적 기억이 담겨 있다.
현재 구로구는 가리봉동, 구로동, 고척동, 개봉동, 오류동, 천왕동, 항동, 신도림동 등 8개의 법정동으로 구성되며, 행정동은 총 15개다. 각 동의 이름 또한 지역의 자연 환경, 지형, 역사적 기능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예컨대 가리봉동은 '가리'와 '봉'이 결합된 지명으로 해석된다. '가리'는 논밭을 의미하는 '갈이' 또는 '갈대밭'의 변형으로 여겨지며, ‘봉’은 산봉우리나 언덕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 이 지역이 농경지와 산지의 경계였음을 시사한다. 오늘날 가리봉동은 과거 구로공단 시절부터 형성된 이주노동자 밀집지로도 유명하며, 전통적 마을이 외국인 문화와 공존하는 독특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고척동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고(高)’는 ‘높다’, ‘척(陟)’은 ‘오르다’는 뜻으로, ‘고지대에 위치한 언덕 마을’이라는 지리적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고척동은 비교적 구로구 내에서 해발이 높은 지대에 속하며, 최근에는 고척스카이돔의 등장으로 스포츠·문화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다.
개봉동은 문자 그대로 '개방의 문을 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조선 후기 이 지역은 인근 군현과 한양 사이의 연결 통로 역할을 했고, 다양한 유입과 출입이 자유로웠던 지리적 위치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또 개봉이라는 이름은 근현대 교통로의 발달과 도시의 확장을 상징하는 전통과 미래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오류동의 지명 유래도 흥미롭다. ‘오(五)’는 숫자 다섯, ‘류(嶼 또는 坻)’는 언덕이나 봉우리를 의미하며, 이 지역 일대에 다섯 개의 낮은 언덕이 있어서 붙여졌다고 한다. 이처럼 이름을 통해 마을의 지형적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천왕동은 전통 설화와 연결된다. 조선 세종 시대의 명재상 하연(河演)이 이 지역에 명당을 찾아 묘를 쓰면서, 후세에 ‘천왕묘’라 불릴 정도로 지리적으로 탁월한 자리였다는 설이 있다. 이후 '하정승의 천왕 터'로 불리며, 지명이 굳어졌다는 해석도 전한다.
항동은 ‘항구’ 또는 ‘물가’의 뜻을 지니며, 과거에는 안양천 지류가 흘러들던 습지 지대였다. 이는 물길과 사람의 이동이 활발했던 지역적 특성을 나타낸다. 최근에는 서울식물원, 항동철길, 푸른수목원 등이 들어서며 자연친화적 명소로 변모하고 있다.
신도림동은 한자어로 ‘새로운 도림(桃林)’ 즉, 복숭아 숲이 있던 마을이라는 의미다. 이는 도림천 주변의 수목 분포에서 비롯된 명칭으로 해석된다. 지금의 신도림은 구로디지털단지와 디큐브시티로 대표되는 도시 상업지구이며, 자연에서 출발한 지명이 현대의 상징과 공존하는 드문 사례이다.
📚 구로구 역사 이야기
구로구는 삼국시대에는 백제와 고구려의 접경 지역이었으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에는 경기도 시흥군의 일부로 편입되었다.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며 이 지역은 계속해서 농업지대이자 교통의 요지로 기능하였고, 근대에는 일본의 수탈과 철도 운송의 거점으로도 활용되었다.
특히 1960~70년대 구로공단의 조성은 구로 지역의 역사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산업화와 수출 중심 정책의 일환으로 국가가 집중적으로 육성한 제조업 단지였으며, 여성 노동자와 이주민이 몰리면서 ‘구로 아지매’, ‘공순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만큼 산업화의 이면을 드러내는 사회적 풍경도 만들어냈다. 지금은 '구로디지털단지'로 탈바꿈해 벤처, 스타트업, IT기업이 밀집한 21세기형 산업지구로 거듭났다.
이처럼 구로구는 단지 행정구역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명 하나하나에 사람들의 삶과 기억이 스며 있고, 도시의 산업화와 역사, 지형적 이야기들이 연결되어 살아 있는 서울의 민속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구로구 주요 문화유산 및 명소
구로구는 산업 도시로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전통문화유산과 시민 삶 속에 녹아든 자연·문화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구로 일대는 조선시대와 근현대의 유산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구석구석마다 고유의 흔적이 살아 있다.
대표적인 역사유산 중 하나는 정선옹주묘이다. 정선옹주는 조선 선조의 일곱 번째 딸로, 구로구 궁동에는 그녀와 안동 권씨 일가의 묘역이 함께 조성되어 있다. 궁동이라는 지명 자체도 왕실과 관련된 지형이라는 점에서, 구로가 단순한 노동자의 도시가 아니라 역사적 품위를 지닌 지역임을 보여준다. 묘역은 현재 시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으며, 구로구의 교육적, 역사적 자산이 되고 있다.
또한 여계묘역은 조선 초기 문신이자 함양 여씨의 시조로 알려진 숭의랑공 여계(呂繼)의 묘소로, 고척동 일대에 위치한다. 석물과 묘제 양식이 조선 전기의 전통을 잘 간직하고 있어, 조선 묘제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명소도 다양하다. 푸른수목원은 서울 최초의 시립 수목원으로, 식물과 숲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시민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며, 서울 서남부의 대표적인 생태 문화 명소로 손꼽힌다. 수목원에는 2000여 종 이상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테마정원, 생태연못, 야외 전시장이 마련되어 도시인들의 지친 일상을 위로한다.
고척스카이돔은 국내 최초의 돔구장으로, 서울 구단의 홈구장일 뿐 아니라 각종 대형 콘서트, 스포츠 이벤트, 국제 대회가 열리는 복합 문화체육시설로 발전하였다. 이 외에도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디큐브시티 문화광장, 신도림 예술공원 등은 구로구민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복합예술공간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렇듯 구로구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산업과 예술이 공명하는 도시로 성장해왔다.
📚 구로구와 관련된 설화・전설 모음
구로구는 그 이름부터 설화와 맞닿아 있는 지역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구로(九老)’라는 지명의 유래에 얽힌 아홉 노인의 장수 설화이다. 이 전설은 조선시대 말, 한 마을에 아흔이 넘은 노인이 아홉 명이나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로, 이들이 긴 세월을 건강히 살아온 이유를 신령한 물과 바람, 지형의 덕으로 여겼다고 전해진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이 지역을 ‘구로(九老)’라 부르기 시작했고, 그것이 오늘날 구이름의 기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개봉동 느티나무 전설은 마을의 안녕과 관련된 보호수 전승이다. 개봉동에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이 나무는 마을을 수호하는 신목(神木)으로 여겨졌다. 매년 음력 정월이면 주민들이 나무 아래에서 제를 올리며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했고, 그 제사를 중심으로 마을 공동체가 결속되었다고 한다. 아파트 개발로 인해 원형은 사라졌지만, 구로문화원은 이 전통을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복원하고 있다.
온수골 온천 설화도 흥미롭다. 현재의 온수동 일대는 예로부터 따뜻한 지하수가 솟아나는 지역으로, 조선 후기에는 이 물이 피부병과 관절통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사람들은 병을 고치기 위해 이곳을 찾아왔고, 마을은 점차 ‘온수골’이라 불리게 되었다. 현대에 와서는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온천마을 복원 프로젝트’가 논의되기도 했다.
또한 천왕동 하정승 터 전설은 조선 세종 시대의 명재상 하연(河演)과 관련이 있다. 그는 천왕동 일대를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아 자신의 가족 묘지를 조성하려 했으며, 실제로 그의 자손들이 큰 인물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 지역은 지금도 지세가 좋다는 말이 이어지며, 도시 개발 후에도 전통적 ‘터 기운’을 중시하는 주민들의 정서가 살아 있다.
이처럼 구로구는 단순한 도시공간이 아니라, 전통적 믿음과 민속적 감성이 살아 숨 쉬는 이야기의 보고(寶庫)다. 이 설화들은 단지 옛사람들의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오늘날 구로구민의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되새기는 중요한 문화자산이 되고 있다.